“스스로 공부하고 사교육비도 줄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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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중학교는 8일부터 학생 스스로가 공부하는 방식인 ‘야간 자기주도학습’을 도입했다. 아산중의 한 교사가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아산중 제공]

9일 오후 7시30분 아산중학교 2학년 교실. 저녁식사를 마친 30여 명의 학생들이 환하게 불을 켜고 수업을 듣고 있다. 정규 수업은 오후 4시쯤에 끝났지만 이들은 학교에 남아서 부족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수업을 맡은 건 이 학교 교사가 아닌 학부모다. 대학(순천향대)에서 영어를 전공한 김옥경(44·여)씨는 ‘방과 후에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칠 명예교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김씨는 “아들이 아산중학교 1학년에 다닌다”며 “교사자격증이 있는 데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교사를 모집한다고 해 선뜻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산중학교는 이날부터 ‘교육공동체가 동행하는 방과 후 Self Learning System’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야간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했다. 905명의 학생 중 12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학부모가 명예교사로 참여해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살펴보고 사교육비eh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은 학년 별로 두 개 반씩 6개 반이 운영된다. 학년 별로 도전반과 비전반으로 나눠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순으로 매일 한 시간씩 수업을 받는다. 수업은 아산중 교사와 학부모 가운데 사범대학에서 국·영·수·사·과 과목을 전공한 학부모를 선정해 진행한다. 현재는 1명이 영어를 가르치지만 다음 달부터는 전 과목으로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매일 3명씩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수업을 지원한다. 공부도 가르치고 학생들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사를 대신해 감독도 한다. 학부모들은 수업·자율학습 감독 외에도 학생들과 상담도 한다. 교사들이 어려워 선뜻 상담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1대1 면담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야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은 대가(수업료)를 받지 않는다. 교사와 학부모 역시 학생들처럼 자발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간은 학생 스스로가 목표를 정해 공부를 하는 방식이다.

학교 측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사교육을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명예교사로 참여한 학부모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 자녀들을 직접 가르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기초학력을 높이고 내신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산중은 그 동안 상위그룹 학생을 중심으로 심화학습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부터는 하위권 학생과 저소득층, 차상위층 학생들에게도 혜택을 주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최영운(44) 부장교사는 “교장선생님께서도 평소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잘 맞아떨어졌다”며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고 면학분위기도 예전보다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을 위해 소정의 지원금(수업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야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이성현(2년)군은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와 효과적인 자기 주도학습의 전략과 시간의 할애 등을 익히고 있다”며 "스스로 넓혀가는 학습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은규 아산중 교장은 “학부모·교사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교육수요자 중심의 방과 후 학교가 지속, 발전될 것으로 본다”며 “교육청에서도 지원책을 논의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를 이뤄 실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신진호 기자

◆자기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 학생 스스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학습과정과 전력·자원을 결정해 공부를 하고 결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학습과정이다. 최근에는 e-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교수·학습 방법 중의 하나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꼽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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