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환율]달러당 136엔 7년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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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엔화가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백36.10엔까지 치솟는 등 도쿄.런던.뉴욕시장에서 엔화가치가 연일 7년만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16조엔을 웃도는 종합경기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엔화가 맥을 못추는 데는 일본 경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이 깔려 있다.

미.유럽 기업들이 대규모 흡수합병을 통해 힘을 쭉쭉 붙여가는데 비해 일본 기업.금융기관.건설회사 등은 불량채권에 눌려 체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엔화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버밍엄 G8정상회담이다.

도쿄 외환전문가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정상회담 성명에 엔 - 달러화의 환율안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실망감을 부추겼다" 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인도네시아 사태로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대장성.일본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엔화약세를 막겠다고 시사하지만 일본의 단독개입으로 시장흐름을 바꿔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버밍엄 정상회담에서 미.독일은 협조개입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아 국제적인 공동개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의 협조개입이나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한 달러당 1백40엔대의 엔약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일간의 실세금리 차이가 더욱 확대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leechul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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