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금융위기설…주가폭락·외국자본 이탈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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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러시아 중앙은행이 19일부터 기준금리를 30%에서 50%로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18일 발표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97년 10월 이후 지속적인 외국자본의 이탈로 러시아의 주가가 5월5일 이후 18%나 하락한 뒤 18일 하룻동안 12%나 폭락하는 등 상황이 긴박해지자 금융위기를 피하기 위해 취해진 긴급조치다.

외국자본 이탈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진 뒤 러시아의 경제상황이 계속 의심스러운데다 인도네시아 사태 악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경제를 어둡게 하는 요인은 올해에만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재정적자와 유가하락으로 인한 달러수입 감소.무역흑자 감소 등이다.

또 지난해 아시아 금융위기가 시작된 뒤 러시아 정부가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루블화 방어에 나서 수십억달러를 퍼부었지만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외환보유고의 막대한 감소와 이로 인한 루블화 평가절하 의혹만 증폭시켰다.

게다가 최근 최대 상업은행인 토고뱅크가 유동성 부족으로 중앙은행의 감시를 받게 된 것도 주가하락의 악재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초우량 기업인 에너지회사 UES사의 외국인 소유를 일절 금지한 국가두마 (의회) 의 조치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러시아의 금리인상 조치는 이러한 불안 때문에 이탈하는 외국 투자자들을 잡아두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그러나 런던 소재 금융회사인 FCEM사의 동구기금 관리담당인 더글러스 헬퍼는 "러시아 경제에 우려할 점은 있지만 이같은 주가폭락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고 분석하고 있다.

세르게이 두비닌 중앙은행 총재는 이미 지난 7일 "정부 채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는 2~3년내에 중대한 금융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상환해야 할 국채 이자는 2001년 총예산의 12.3%에 이르는 5백85억루블 (약 97억5천만달러) 이며 올해에만 68억5천만달러에 달한다.

〈kshp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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