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랑스월드컵]차범근감독 '노정윤 용도'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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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놀리기엔 아까운 노정윤, 어디에 쓸까. " 차범근 감독이 네덜란드에서 데려온 '노테우스' 노정윤 (27.NAC 브레다) 을 두고 즐겁지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노정윤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오른쪽 윙과 게임메이커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 19세인 90년 베이징 다이너스티컵에서 대표팀에 선발되자마자 폭발력 높은 돌파와 컴퓨터 패스로 독일의 마테우스를 딴 별명을 얻었다.

유럽전훈중 노정윤을 테스트한 차감독은 한국의 본선 상대인 네덜란드.벨기에 축구에 익숙한 노정윤을 1백% 활용가치가 있는 선수로 평가했다.

차감독은 유럽전훈후 "대단히 만족한다. 지구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으나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의 가세로 오른쪽과 중앙의 전력이 강화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진출과 부상으로 3년7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노정윤은 한국땅을 밟자마자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중요할 때 한방' 을 주무기로 하는 이상윤 (일화) 이 오른쪽 윙 자리를 거의 굳혀버렸기 때문.

유럽전지훈련때 부상으로 노정윤에게 주전 자리를 넘겨줄 뻔했던 이상윤은 4월1일 한.일전 선취골을 기록하더니 16일 자메이카와의 1차평가전에서 두골을 넣어 '노정윤 오른쪽 윙' 론에 쐐기를 박았다.

자메이카 시모에스 감독도 "한국의 15번 (이상윤) 은 정말 뛰어난 선수" 라고 말해 '오른쪽 윙 = 이상윤' 이라는 등식을 굳혀줬다. 그러면 남은 한 자리는 게임메이커. 차감독은 현 게임메이커 김도근 (전남) 을 "축구를 알고 즐겨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메이커로는 최적의 선수" 라고 칭찬했다.

"공수의 연결을 주도하는 게임메이커가 없는 것이 한" 이라던 차감독의 고민을 일거에 풀어준 김도근이 주전을 쉽게 내줄까.

차감독은 노정윤을 어떤 식이든 기용할 방침이다. "한 자리에 활용가능한 선수가 2명 이상이어야 한다" 는 이유에서다. 노정윤이 거의 굳어진 공격형 미드필더 구도를 깰만한 대형사고를 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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