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란 원인규명 다 된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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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 18일 강경식 (姜慶植)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을 구속 수감함으로써 김영삼 (金泳三) 정부의 환란 (換亂) 책임 수사가 일단락됐다. 두 사람이 긴박한 외환수급 사정 등에 대해 대통령에게 은폐.축소.지연 보고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초래되거나 심화됐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고 이는 감사원의 의뢰에 따른 수사착수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환란으로 인한 국가적 고통이 엄청나고 국민의 분노가 크기 때문에 그 책임을 밝혀내고 엄하게 문책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정책결정의 잘잘못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거나 특정인의 인신구속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벌써 재정경제부 안에는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있는 정책에는 가급적 끼어들지 않는 게 좋다" 며 부실금융기관.기업 정리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모두 금융감독위원회에 맡기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검찰 수사과정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모든 정책의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면 잘못된 결과에 대한 마지막 책임도 대통령에게 묻는 게 순리가 아닌가. 참모를 주범으로 구속하면서 '지휘관 교육을 소홀히 한 책임' 을 추궁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또 범행동기로 '정치적 야심이 있었다' 는 등의 정황을 설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오히려 범죄사실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 같아 어색하다. 환란 조사의 본질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 재발을 방지하자는 데 있었다.

그러나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환란이 초래된 과정이나 책임문제는 제대로 규명된 게 없다. 지시 여부를 둘러싸고 金전대통령과 임창열 (林昌烈) 전부총리의 진술이 사뭇 엇갈리는데도 유야무야 넘어가 버린 것은 문제다.

환란은 역시 검찰수사보다 청문회 등 진상규명이 선행됐어야 옳았다. 수사 결론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환란의 원인과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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