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서실 개편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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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교체하고, 경제수석과 정책기획 수석을 맞바꾼 것은 단순히 미흡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차원의 인사가 아니다. 국정의 두 축인 정치와 경제에 일대 변화를 주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앞으로 정치에 있어선 金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자유방임적 시장경제 원칙이 후퇴하는 대신 정부 주도의 개혁 드라이브는 상당할 정도로 걸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金대통령의 통치가 '제2기 시대' 로 진입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강래 (李康來) 안기부 기조실장의 정무수석 기용은 여권 안팎으로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그는 '공격형' 이다. 金대통령이 일을 시키면 소리없이 신속하게 해치운다는 평가를 받는다.

金대통령은 젊은 그를 당초 정무수석으로 발탁하려고 했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보내 왔다.金대통령은 그를 안기부에 보내 놓고서도 여러 차례 정치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반면 안기부로 가게 된 문희상 (文喜相) 정무수석은 '화합형' 으로 분류된다. 그는 과거 정무수석처럼 '나서고 설치는' 것을 싫어 한다.

金대통령을 오랫동안 보필해 왔으면서도 다소 '주파수' 가 맞지 않는다는 말도 듣는다.분석.기획력은 탁월하나 보안의식이 약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金대통령은 6.4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임을 공언했다. 이것은 은밀하면서도 과감한 일이다.

文수석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文수석도 물러나면서 "지방선거 후엔 정치의 계절이 올 것이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李신임정무수석이 실무적으로 도맡을 정계개편의 정도와 수준이 범상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언급이다. 정무수석의 교체는 여권내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교동 가신 (家臣) 중심의 구주류가 신주류에 밀려 파워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주류로 분류되는 文수석측이 신주류로 불리는 박지원 (朴智元) 공보수석측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던 것도 교체원인 중 하나라는 관측도 있다.

그렇다고 朴수석이 앞으로의 입지가 편하리라는 전망도 서투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수석의 교체 역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강봉균 (康奉均) 신임경제수석은 "시장경제원리 근본에 대한 변화는 없다" 면서도 "앞으로 정부 역할이 있다면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출범 초기부터 정부가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기업그룹과 금융기관 개혁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정부가 너무 시장경제원칙만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정부 목소리는 한층 커질 것 같다.

개혁의 속도도 빨라질 게 틀림없다. 그러나 그에 맞춰 '관치 (官治)' 논란도 발생할지 모른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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