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정치인들 “검찰의 무리한 수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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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12일 기소된 정치인의 상당수는 검찰의 무리한 끼워 맞추기식 수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나라당 박진(3선·서울 종로)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 당일 처음 만난 박 전 회장으로부터 공개된 장소인 호텔 복도에서 특별한 대화도 없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상식 밖”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후원금도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를 하고 선관위에 신고까지 마친 적법한 것”이라며 “검찰이 실체적 진실보다 박씨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정권(재선·김해갑)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지난 20~30년간 중학교 동문으로 알고 지낸 4명으로부터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아 선관위에 신고까지 한 돈을 문제 삼았다”며 “검찰은 본인이 박 전 회장이 3자 명의로 후원한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지만, 진짜로 불법 자금을 받을 의도였다면 차라리 현금으로 받지 뭐하러 번거롭게 후원금 형식을 취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광재(재선·태백-영월-평창-정선) 의원실 관계자는 “계속 무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서 11일 공판 때 박 전 회장에게 “2002년부터 매년 나한테 계속 돈을 주려고 했지만 한 번도 받은 일이 없질 않나. 그런데 왜 검찰에선 나한테 돈을 줬다고 했나. 이러면 정말 죄짓는 것”이라고 따졌다.

민주당 서갑원(재선·순천) 의원도 이날 “박 전 회장과 관련된 것은 태광실업 임원이 2006년 500만원, 휴켐스 직원 2명이 지난해 500만원씩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전달해 영수증을 처리해준 것 외엔 없다”며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반응=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권력형 부패의 근절을 향한 검찰의 지난한 노력이 앞으로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며 “다만 수사 도중 피의자였던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있었던 만큼 검찰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표적·보복 수사가 아니었다는 치졸한 변명, 살아 있는 권력에 하염없이 작아지는 비겁한 검찰,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여전히 반성 없는 검찰의 모습에 절망감을 느낀다”며 “오늘의 수사 발표는 박연차·천신일 특검 도입의 절대적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몸통에 해당하는 거물과 그 언저리들은 하나같이 불기소 처분하면서 겨우 전(前)자 붙은 깃털 6명을 구속 수사하는 것으로 끝내는 법이 어딨느냐”며 “전직 대통령에 관한 부분도 피의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를 종결하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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