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히는 새한종금 처리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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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계의 초미 관심사로 떠오른 새한종금 문제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새한종금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는 "실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 면서도 "산업은행 역할은 새한종금을 떠맡는 게 아니라 금융을 전문업종으로 하는 기업에 곧바로 넘겨주는 것" 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선 이상 산은의 역할을 '순수 중계자' 로 국한시키겠다는 얘기다.

청와대측은 새한종금은 실사부터 매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에 따라 처리,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재벌개혁의 '시금석' 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권이 실사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그 내용에 따라 처리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한종금이 빈 껍데기로 판명날 경우 이를 사겠다고 나설 기업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자산가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3자 매각에는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다.

여권은 새한종금의 자산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측은 거평그룹 일부 계열사 부도를 전후해 국내 모 기업으로부터 새한종금 인수희망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처지에서 갑작스런 산은의 새한종금 인수의사 발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여권은 특히 새한종금의 처리결과가 재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호남기업인 나산을 필두로 거평그룹 일부 계열사를 부도 처리하고 새한종금마저 원칙대로 정리할 경우 재계가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에 저항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계 역시 호남기업 정리 이후 타지역 연고기업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새한종금 처리방식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심사는 어느 기업이 새한종금 인수희망 의사를 표명했느냐는 점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 그룹별 구조조정계획 발표 때 금융업을 전문업종으로 선택한 10대 그룹중 한 곳" 이라고만 귀띔하고 있다. 지난 5월초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5대 그룹 모두 금융업을 전문업종으로 제시한 바 있어 어느 그룹을 지칭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여권은 이와 함께 거평그룹이 새한종금을 사금고화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량 기업이었던 새한종금이 불과 1년새 부실화한 경위.원인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실사결과에 따라선 거평그룹의 구조조정 계획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일현 기자 〈muni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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