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정공]경영혁신으로 매출 늘었지만 감원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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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필요한 것만을 쓰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쓰지않는 것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의 기업경영 제1원칙입니다." '초 (秒) 관리' 로 유명한 삼원정공 (대표 文學武) 의 IMF 극복 해법은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1백50억원에 불과한 산업용 스프링 제조업체에 불과하지만 '초관리' 라는 경영혁신운동으로 유명한 회사다. 우선 사무실에 들어서면 '담배 한 대 피우는 데 9백원' '16절지 종이 한장 정리하는데 5천4백원' 하는 식으로 모든 항목이 '초당 얼마' 라는 식으로 계산돼 있다.

회사봉투도 12번을 사용해야 버릴수 있도록 주소칸이 나뉘어져 있고 쓰레기통에는 '현금통'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쓸데 없는 돈이 새어나갈 구멍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이 회사도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마찬가지. 지난해부터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회사의 판매부진으로 매출이 25%가량 떨어졌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연쇄부도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호들갑을 떨지않는다.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초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유는 전년도보다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익이 줄어든 것 자체가 위기의 징후라는 것이다.

올해 경영지침은 3.3운동. 불량품을 매출액의 0.3%이하로 줄이고, 원가를 매출액의 3%이상 줄이며, 30개 이상의 신규 거래처를 개발하자는 것 등 세가지다.

이 회사는 1년에 3백59일, 8천6백16시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이 꺼지지않는 공장' 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솔선수범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출근시간부터 다르다. 부장 6시30분, 과장 7시, 계장 7시30분, 일반직원은 8시다. 윗사람이 30분 일찍 출근해 말없이 경영개혁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고실업과 구조조정의 회오리속에 휩싸여 있지만 이 회사는 단 한명도 감원하지 않았고 임금을 1원도 줄이지 않았다.

초관리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양용식 (梁龍植) 상무는 "IMF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됐는데 여전히 흥청망청대는 사람이 많다" 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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