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집반은 黑 유리 그러면 6집반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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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현대바둑은 기술이 진보하면서 선착 (先着) 의 가치가 계속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흑을 잡은 쪽이 내는 덤도 현행의 5집반에서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대로 덤을 늘리면 늘릴수록 이창호9단 스타일의 계산바둑이 더욱 유리해질 뿐이라는 설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지난주 시작된 제3기 LG배 세계기왕전은 신문기전 사상 최초로 '6집반' 의 덤을 채택하여 화제를 낳고있다.

일본과 중국은 아직 모두 5집반이며 유독 대만의 應씨배만 8집의 큰 덤을 채용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연 덤은 몇집이 최적일까. 일본의 막부시대엔 단위에 따라 접바둑을 두었으므로 덤이 필요없었다.

1939년 신문기전이 시작되면서 모든 기사의 맞대결이 시작됐고 4집의 덤이 최초로 도입됐다. 그러나 흑의 승률이 점점 높아졌으므로 4집반을 거쳐 60년대엔 5집 (빅 白승) 이 됐고 다시 5집반이 됐다.

5집반이 된 이후 흑백간의 승률은 거의 비슷해지더니 중앙의 가치가 새롭게 탐구되면서 흑의 승률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97년이후 현재까지 조훈현9단 이창호9단 유창혁9단 3인의 전적을 살펴보더라도 (표 참조) 흑의 승률은 백에 비해 5%이상 앞선다.

曺9단은 흑이 67%이고 백은 62%다. 李9단은 흑이 80%, 백이 75%.劉9단의 경우 흑은 68%, 백은 불과 50%.무려 18% 차이가 난다.

5집반은 흑이 유리하다. 이것은 어느덧 정설이 됐다. 그러나 "한집은 땅이요, 두집은 하늘" 이란 서봉수9단의 말이 시사하듯 고수들의 바둑에서 한집은 크다.

조훈현9단은 올해 들어 흑으로는 13전6승으로 50%를 밑도는데 비해 백으로는 9전8승으로 90% 가까운 승률을 올리고 있다. 曺9단은 "6집반이면 흑이 약간 불리할지 모르지만 덤을 올리면 올리는데로 거기에 적응하게 돼있다. " 고 말한다.

50여년전 우칭위안 (吳淸源) 9단은 칫수고치기 10번기를 통해 일본의 모든 기사들의 칫수를 고쳐놓았다. 당연히 덤이 없었으므로 파격과 임기응변을 통해 상대를 꺾어나갔다.

강자들은 덤이 없으면 없는대로 다른 바둑을 창조해낸다. 應씨배는 8집의 큰 덤을 내지만 흑의 승률은 50%에 육박한다.

결승전 때는 흑의 승률이 정확히 5할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불리를 느낀 흑이 처음부터 강력하게 나가는데 비해 유리를 의식한 백은 조심하기 때문이다.

대국심리가 한두집의 차이를 좁혀놓는 것이다.그러나 '공격바둑' 의 유창혁9단은 백으로는 공격포진을 짤 수 없기 때문인지 백의 승률이 현격히 떨어진다.

그는 "6집반이라도 흑을 잡고싶다. " 고 말한다.

하기사 '우주류' 의 다케미야 마사키 (武宮正樹) 9단이나 여류최강 루이나이웨이 (芮乃偉) 9단은 8집의 덤에서도 흑을 선호한다. 이창호9단은 어떨까. 실제로 한집의 극미한 차이를 전략적으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창호일텐데 그는 말없이 염화시중의 미소만 흘리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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