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신간]'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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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

로제 샤르띠에 지음

혁명에 문화적 기원이 있을까.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거시적인 정치사나 사회경제사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에 대한 미시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는 우선 볼테르와 루소 등 계몽주의자들과 혁명의 관계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듯 계몽사상이 혁명을 이끈 것이 아니라 혁명세력들이 혁명의 정당성을 위해 계몽사상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철학서들은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어떤 단일한 이데올로기로 바꾸어지기 힘들다.

또한 18세기 초반부터 책의 생산량이 3~4배 증가해 사람들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루소의 책은 혁명가들뿐만 아니라 왕당파들 역시 탐닉했다.

그러면 무엇이 혁명을 이끌어 냈을까. 18세기 중반에 들어와 사람들의 영적 생활을 지배하던 교회의 힘이 쇠퇴한 것 등이 저자가 제시하는 혁명의 기원이다.

당시 성도덕이 해이해지고 종교적 소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곧 절대군주제를 지탱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 계몽주의는 오히려 이러한 조건이 있어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혁명 전후의 사회문화적 변화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기존의 사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일월서각.2백92쪽.1만5천원>

양지열 기자

〈aud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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