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외국인들 증시 움직임 주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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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벌써 10수년전 이른바 '이.장사건 (李.張사건)' 이란 것이 있었다. 그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장영자 (張英子) 씨가 법정에서 한 얘기가 지금도 기억난다. "경제는 유통 (流通) 이다. "

죄는 차치하고 적어도 그 말에 대해선 무릎을 쳤고 그 느낌은 지금도 여전하다.

경제는 결국 '흐름 (flow)' 이다. 정치나 사회적 사건들 또한 크게 보면 흐름이란 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지만 경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새정부가 지난 정권의 '환란 (換亂)' 에 대한 책임을 따져묻겠다고 나선 것도 결국은 '경제는 흐름' 이라는 전제하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도가 요즘 지나치게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새 정부의 의도는 "왜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냐" 는 것이겠고 그러한 '흐름' 을 제대로 살폈다면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충분히 막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으리라고 본다.

이 점에서는 언론도 분명히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필자 - 당시 명색이 국제경제팀장이었으니까 -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나에게도 '앞으로 경제가 어찌될 것 같아요' 라는 질문이 적잖게 온다. 아는대로 얘기는 하지만 그 때마다 스스로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는 말하고 싶다. 경제는 결국 '흐름' 이며 그 흐름을 주의깊게 들여다본다면 적어도 조금은 - 1백점이야 될 수 없어도 60점쯤은 -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난은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고 함께 생각하며 앞으로의 상황을 전망해보자는 의도로 시작됐다. 남들을 비난할 것도 없이 경제예측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것이며 어찌 보면 맞는다는 것이 요행일지도 모른다.

그런 요행수에 기댈 생각은 없다. 다만 이 난에서는 앞으로 한 주일동안 일어날 개연성이 높은, 또 전후좌우로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될 사안들을 제시할 생각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주에 가장 주목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 동향이다. 이미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는 주가는 물론이고 앞으로 환율.금리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인도네시아 사태와 일본의 경제악화가 맞물리면서 아시아 전체에 대한 '제2의 위기' 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 하나는 이미 정부가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금융구조조정에 두기로 정한만큼 그 세부적 계획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일단 은행들이 첫 대상이 될텐데 일부는 영업양도.합병명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욱 경제1부장 〈pakt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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