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국민과의 TV대화'] '부실기업 도태' 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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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부실기업 정리 일정표를 제시했다.

당초 예상보다 다소 빠른 이달말까지 살릴 기업과 도태시킬 기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지금처럼 부실기업을 질질 끌고가다간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金대통령도 "안되는 것까지 잡고 가다간 다 망한다" 며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사실 부실기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새 정부가 한 일이 별로 없다는 비판이 많이 나왔었다.

빨리 부실을 털어내야 하는데도 머뭇거려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협조융자를 해주는 등 부실을 키워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서도 부실기업을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없앨 것은 과감히 없애는 등 결정을 빨리 해야 한다" 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金대통령이 이달중 부실기업에 과감히 메스를 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기아.한보그룹은 물론 동아.해태.한일 등 협조융자를 받고 있는 그룹들의 운명도 조만간 판가름나게 될 전망이다.

이중 한보와 기아는 우선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자인수를 추진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도태되는 기업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부실기업 정리를 신속하게 해나가기 위해선 기업퇴출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리절차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의준 기자 〈pake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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