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최주연 우승 '빛나는 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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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돌아가신 아버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8일 장충코트에서 벌어진 98세아제강컵 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대회 단식에서 우승을 거머쥔 최주연 (23.대우중공업) 의 첫 소감이다.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출전, 전미라 (현대해상).박성희 (삼성물산) 등 간판스타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최주연은 이날 중국의 이징취안을 접전끝에 2 - 0 (6 - 3, 7 - 5) 으로 꺾고 은색패를 안았다.

실로 오랜 고통과 인내의 시간 끝에 빚어낸 우승이었다. 왼손잡이로 전형적인 베이스라이너인 최주연은 지난 95년 벼룩시장배 국제테니스대회 우승에 이어 각종 국내외 대회를 석권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세계랭킹도 1백70위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초 왼손가락 부상과 무릎부상으로 최주연은 눈물을 머금고 코트를 떠나야했고 그후 부상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과 싸워야 했다.

남산에서 로드워크를 하던중 숲속에 숨어 펑펑 울기도 했다. 운동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부산에 있는 홀어머니 고영자 (54) 씨와 3년전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 최행표씨의 얼굴이 떠올라 이를 악물었다.

1년여의 공백끝에 다시 라켓을 잡은 것은 지난 2월. "새로 시작하겠다" 는 각오로 나선 최주연은 마침내 세아제강컵 우승으로 오랜 고통의 시간을 마감하며 어버이날 가장 소중한 선물을 선사했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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