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행정구역 개편 통합으로 소지역 대결구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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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남 사천시장 출마를 위해 3월말 사천농촌지도소장을 사퇴한 서병태 (徐丙泰.59) 씨는 최근 지지자들에게 출마포기를 선언하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徐씨는 "시장을 또다시 삼천포 지역에 빼앗길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한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출신 후보가 난립하면 삼천포 출신이 유리해 그만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강춘성 (姜春成).이형철 (李亨鐵).이원섭 (李元燮) 씨 등 시.군 통합전 사천군 지역 출신 무소속 출마예상자 3명은 옛 삼천포 지역에는 선거 사무실을 거의 내지 않을 방침이다. 삼천포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봐야 표가 나올리 만무하다고 판단해서다.

마찬가지로 삼천포 지역 출신인 하일청 (河一淸) 현 시장, 정만규 (鄭萬奎.한나라당).김종태 (金宗太).김훈 (金燻) 씨등 4명의 후보들도 옛 사천군 지역에서는 큰 기대를 않고 있다.

삼천포시와 사천군은 95년 사천시로 통합됐다. 삼천포시민들은 이름을 빼앗긴데 대해 아직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으며 그 분풀이인지 선거 때마다 똘똘 뭉쳐 삼천포 출신들을 밀고 있다.

6.27 지방선거와 15대총선에서 사천군 출신들은 삼천포 지역에서 10% 미만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사천군 출신 후보들은 현 河시장이 삼천포지역 중심의 행정을 폈다는 점을 집중 공격할 예정이다.

문화예술회관.실내수영장.남일대 해수욕장 개발등 대형사업들이 삼천포 지역에 집중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사천군 유권자의 표를 얻는다는 것이다.

사천시의 유권자수는 삼천포 지역 4만3천여명, 사천군 지역 4만2천여명 등으로 비슷하다. 그래서 두지역 후보 숫자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처럼 소지역 대결 구도로 선거판이 짜여지는 선거구는 더 있다. 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통합된 지역이거나 오랫동안 서로 다른 군 (郡) 과 현 (縣) 등으로 나뉘어 있던 곳들이다. 4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기장군은 기장읍과 일광면간의 지역대결 구도다.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서석순 (徐錫淳) 전 시의원과 국민회의 공천을 받은 박영한 (朴英漢) 씨의 지역기반은 기장읍. 徐 전의원은 울산이 고향이나 기장.철마면 선거구에서 시의원에 당선, 이 지역에 상당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육군 대위로 제대한 뒤 지방정계에 입문한 朴씨는 기장읍이 고향. 徐 전의원과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는 최현돌 (崔鉉乭) 전 시의원과 자민련 공천을 저울질 하고 있는 김종욱 (金宗郁) 씨는 일광출신이다.

崔 전의원은 일광면 청년회장.기장군 재향 군인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왔다. 金씨는 기장군청 환경녹지과장.해운대구청 지역경제과장 등을 지낸 행정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4명이 모두 출마할 경우 이들과 연고가 적은 철마면과 정관면의 표 향배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95년까지 현풍.영산군 등으로 나뉘어 있었던 경남 창녕군도 선거때마다 지역대결 양상을 보여 왔다.

지금도 영산.도천.길곡.부곡면등 옛 영산군 지역은 '남창녕' , 고암.성산.대합.유어.대지면 등 옛 현풍군 지역은 '북창녕' 으로 구분되어 불린다.

이번 선거에서도 현직인 한나라당 김진백 (金鎭伯) 군수는 남창녕의 길곡면 출신이며, 자민련 신윤태 (申閏泰).무소속 하진 (河進) 씨 등은 각각 고암면과 창녕읍 출신으로 북창녕에 속한다. 이들은 출신 지역을 기반으로 지지세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창원·부산 = 김상진·강진권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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