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지사선거와 煥亂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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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환위기 책임에 관한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의 검찰답변서 내용문제로 신.구 (新.舊) 정권 사이에 갈등이 조성되는 듯한 분위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위기에 대한 원인조사는 우리가 이미 여러번 지적한 것처럼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교훈을 얻자는데 뜻이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정확한 진상규명에 있는 것이지 정치적으로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냐 불리하냐 하는데 있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답변내용이 밝혀지자 진상규명이란 본질은 실종 내지 희석되고 경기도지사선거의 유.불리 (有.不利) 를 둘러싼 여야간의 정치공방만 전면에 확대되고 있다.

여야 모두 金전대통령의 답변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 검증이나 당국의 조사결과엔 관심도 없이 오직 자기당에 불리하니까 비난하고, 유리하니까 이용한다는 자세만 보일 뿐이다. 가령 국민회의는 답변내용이 알려지자마자 종래의 방침과는 달리 金전대통령을 반드시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심지어 金전대통령이 야당후보를 도와 정치적 재기를 꾀한다는 식의 말까지 흘리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金전대통령의 답변으로 모든 것이 다 결판났다는 듯 임창열 (林昌烈) 씨 후보사퇴를 주장하고 감사원장.검찰총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여야의 태도에는 진정으로 외환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교훈을 얻자는 진지한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역시 金전대통령의 답변내용이 현정국에 지극히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환위기의 진상규명이란 관점에서 봐야 하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대응을 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외환위기의 진상은 여당에 불리하다고 왜곡되거나 야당에 유리하다고 축소되거나 해선 안될 일이다.

지금 경제위기는 여전하고 실업자는 넘쳐나는 이런 상황에 일개 도지사선거문제로 신.구정권이 갈등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정말 나라 장래가 암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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