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파일럿 프로그램 본격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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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IMF가 각 방송사의 제작여건에 끼친 영향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신설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그중 하나다.

위험부담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리 작품의 완성도를 검증하는 것.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과 장단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파일럿 (Pilot)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정기물로 편성되기 전에 1~2회에 걸쳐 시험적으로 방송되는 특집물을 일컫는 말. 현재 4회 방영예정인 SBS의 '퍼니퍼니' (일 밤11시) , 5일 어린이날 특집으로 방영된 '머리가 좋아지는 TV' (저녁7시) 등은 모두 파일럿 프로그램. 일요일 밤11시대 방영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퍼니퍼니' 는 곧 토요일 오후5시나 일요일 밤9시50분으로 시간대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머리가 좋아지는 TV' 의 경우도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의 성공에 힘입어 교육와 오락의 결합을 꾀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 반응이 좋을 경우 평일 저녁 시간대에 방영될 예정이다.

6일 저녁7시에 첫방영 될 예정인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도 마찬가지. 여타의 재연프로그램과 달리 실제 사건의 현장을 통해 사회풍자를 시도할 계획인 이 프로그램은 그 첫회로 한 중소기업회장이 자살을 하기위해 중앙선 차도에 들어가는 장면을 내보낼 예정이다. 그러나 자살시도 장면을 가족시간대에 방영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BC의 경우 매주 일요일 6시에 방영하고 있는 시트콤 '여자 대 여자' 도 올해 신년특집과 2월 설날특집등 2회에 걸쳐 특집으로 방영된 작품이다.

KBS측은 '파일럿 프로그램 개발팀' 을 지난 2월 신설,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갖가지 기획들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방송사들의 대해 SBS 예능국 강관선부장은 "IMF로 인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제작방법의 도입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 같다" 고 진단한다.

박혜민 기자〈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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