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중졸출신 교수 미용사 이상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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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IMF시대에 학력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식의 말을 하지만 사실 기술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시대' 라는 표현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중졸 학력으로 전문대 강단에서 겸직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이상근 (李相根.40) 씨. 이번 신학기부터 전남강진군성전면 성화전문대에서 피부미용과 교수로 1백20명의 제자들에게 헤어디자인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李교수의 채용은 학벌 경쟁이나 지연.학연등 줄대기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깬 과감한 실력자 발탁의 대표적 사례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올 초 피부미용과를 개설한 성화전문대는 교수초빙 광고를 보고 학력.경력 서류와 피부미용.헤어디자인에 대한 견해서를 낸 李교수를 면접한 뒤 전격 채용했다.

중졸이지만 李교수의 경력은 화려하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비서실과 위생성 장관 초청으로 헤어쇼 (94년) 를, 97한국미용미술제에서는 헤어쇼 작품발표회를 가졌다.

현재는 서울은평구 연신내에서 이휘향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염색제의 산성과 알칼리 농도 (수소이온농도) 를 이용해 모발이 부드럽고 손상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헤어칼라링 특수기법' 을 발표, 미용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당시 '머리카락에 꽃을 그리는 남자' 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李교수는 70년대 중반 강원도 원주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진학을 포기한 채 집안 농사를 거들다가 음악다방 DJ를 했다.

그는 우연히 미용실에서 자신에게 헤어 컷 자질이 있음을 발견, 당시로서는 드문 남자미용원으로 취직, 본격적으로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웰라 (독일).로레알 (프랑스).아리미노 (일본) 등 세계적인 미용스튜디오에서 퍼머.컷.염색.스타일 등 헤어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이수했다.

李교수는 "실력과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와 대학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강진 =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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