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유머 감각 … 누구와도 잘 어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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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26)이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팬이며 일본 만화를 좋아했다고 독일 신문 벨트암존탁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운이 10대를 보낸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 동창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 보도를 인용한 영국의 더 타임스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그의 학창 시절에 정보기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운은 1993~98년 ‘박철’이라는 가명으로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다녔는데,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학생이었다. 아버지와 달리 덩치가 커 행동이 굼떴으며 당시에는 얼굴이 둥글고 여드름이 있었다고 익명의 동창생은 전했다. 그는 “철(김정운)은 검은색 청바지와 어두운 티셔츠를 즐겨 입는 등 옷차림이 매우 심플했다”고 기억했다. 또 “철은 유머 감각이 있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며 “북한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나라에서 온 학생과도 잘 지냈으며 정치 이야기보다는 축구 등에 대해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철이가 이스라엘 출신의 친구에게서 농구를 배웠다”며 “운동에 재능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베른 국제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김정운이 만화를 잘 그리는 한국 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동창생은 기억했다. 그는 “철은 수학을 잘했지만 공부벌레 스타일은 아니었고, 영어의 경우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보충수업을 통해 실력이 늘었다”고 밝혔다. 토고에 도서관을 지어주기 위한 자선 행사 등에도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동창생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철이 북한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철의 집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베른의 국제학교를 다니는 동안 김정운은 북한대사관에 거주했으며 등·하교 시 운전기사가 데려다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김정운이 외교관이나 운전기사의 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정운이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와 식사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기도 했다. 김정운은 ‘정광’이라는 이름의 다른 북한 학생과 입학했으며, 무술 실력이 뛰어난 정광이 김정운의 ‘보디가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동창생은 추정했다. 베른 국제학교는 학생이 200~300명 정도인 작은 학교다. 학생 대부분이 외교관과 부잣집 자녀이며, 학비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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