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56메가D램의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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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부터 시작되는 반도체 256메가D램의 양산 (量産) 개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아직도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로써 세계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낙오 또는 퇴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일거에 불식됐다. 오히려 256메가D램 시대의 조기 개막과 이 분야에서 박빙의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전후방 연관산업을 발전시키는 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94년에 첫 시제품을 개발한 256메가D램 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메이커들이 사활을 걸고 양산경쟁을 벌여온 첨단제품이다. 불과 3년여 후면 시장규모가 1백억달러선에 이를 이 제품은 비록 1기가D램이 뒤를 이어 양산될 태세를 갖추고는 있지만 그때까지 고급수준의 컴퓨터산업의 수요를 채워줄 핵심소재가 된다.

이 첨단 반도체의 연구.개발.생산경쟁에서 한국이 의연히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전자.정보산업의 장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얼어 붙은 한국 경제를 구조적인 위기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한가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256메가D램의 개발과 양산을 가능케 한 기술은 파급효과가 큰 첨단기술이다. 우선 신규 12인치 웨이퍼가 아닌 8인치 웨이퍼에서 양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20억달러의 투자비 절약은 물론 반도체 생산 원가의 획기적인 절감을 가능케 했다.

또 회로 선폭이 종전보다 40% 가량 얇은 0.18미크론 (㎛) 밖에 안되는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이것을 기존 64메가D램의 대량생산에 그대로 도입하게 된 것도 획기적이다. 당분간 반도체의 주종이 16, 64메가D램에 머무르는 사정을 고려할 때 이 기술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다.

이같은 범용 (汎用) 양산기술의 개발은 컴퓨터를 주축으로 한 한국 전자.정보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컴퓨터시장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워크스테이션이나 슈퍼 컴퓨터 같은 고급형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일방 간편화한 생활 전자기기의 보급확대에 따른 저급형 시장도 번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면을 충족시키는 반도체기술을 쥐고 있는 쪽이 격심한 경쟁에서 유리하다.

반도체 양산기술이 진척될수록 경험적 학습곡선에 의해 생산량 증가와 원가절감이 이뤄진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거액의 설비투자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투자면에서 일본에 뒤지는 한국이 이번의 양산기술 개발로 그 격차를 줄인다면 이번 개가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1백75억달러로 한국 전체수출의 13%나 된다. 이 주력 수출산업을 이끌 256메가D램의 양산기술은 반드시 한국경제 전체로 파급돼 긍정적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자면 국내 전자.정보산업의 제품생산이 다양화되고, 재료와 장비 등 연관산업이 아울러 발전돼야 한다. 정부와 재계는 오랜만에 희망적인 주제를 놓고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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