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잔인한달'…어린이날 등 행사비 지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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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부 朴진희 (35.가명.광주시남구봉선동) 씨는 이달 달력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수입은 훨씬 줄었는데 돈을 써야할 일이 많아 한 달을 어떻게 넘길 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6월로 그냥 훌쩍 넘어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 출판사에 다니는 남편이 가져오는 월급은 지난해보다 35만원이 줄은 1백59만원. 집을 장만하면서 빌린 2천만원의 이자 등 이것저것 주고 남는 36만원으로 빠뜻하게 살아왔는데 5월엔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어렵다지만 어린이날엔 초등학교 5, 3학년짜리 딸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사주고 놀이공원에 데려가지 않을 수 없다. 어버이날엔 시부모와 혼자 사는 친청어머니에게 각각 10만원, 5만원은 부쳐줘야 한다.

차라리 스승의 날 한 번으로 때우자고 학기초에 주지 않은 아이들의 선생님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고, 결혼때 주례를 선 남편 은사께도 인사치레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숙부의 환갑이 끼어 있고 청첩장을 두 장이나 받아놓고 있다.

朴씨는 급할 때를 대비해 생활비를 한푼두푼 아껴 통장에 넣어둔 목돈을 아무래도 52만원은 헐어 써야 할 판이다.

봉급삭감과 실직 등으로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종전 '계절의 여왕' 으로 통하던 5월이 '잔인한 5월' 로 바뀌었음을 실감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한 건설업체 직원 이민성 (39.전주시덕진구우아동) 씨는 "월급이 1백50만원에서 90만원으로 깎여 고향 부모님에게 '이번 어버이날엔 찾아뵙지 못할 것 같다' 고 미리 전화했다" 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신경쓰지 말라' 고 위로를 받고는 가슴이 미어졌다고 털어놨다.

특히 직장을 잃어 수입이 완전히 끊긴 실직자 가정엔 5월이 더욱 원망스럽다. 남편이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그만둔 金모 (32.광주시북구중흥동) 씨는 "물정 모르는 9, 7살짜리 아들들이 어린이날 선물로 전자오락기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며 "우리에겐 정말 잔인한 5월" 이라고 말했다.

광주·전주 = 이해석·장대석 기자 〈ehs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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