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누구를 위한 체육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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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회장님이 정한건데 어쩌란 말입니까. " 대한체육회 모과장은 오는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청소년경기대회의 출전종목을 묻는 기자에게 이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국제대회 출전종목 선정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 따른 예산상의 문제나 메달획득 가능성보다 '회장님 결정' 이 우선이란 설명이었다.

17세 이하를 대상으로 신설된 이 대회는 농구.축구 등 15개 종목에 참가국이 1백40개국에 달하는 사실상의 '청소년 올림픽' 이다. 한국도 이미 레슬링.유도.육상.수영.탁구 등 5개 종목에 선수를 파견키로 했다. 그러나 종목선정 등 일련의 과정에서 체육회가 보인 행동은 상식밖이었다.

우선 산하 각 협회들과 정보교류가 전혀 없었을 뿐더러 이들 협회도 모르는 사이에 출전종목을 결정해 버렸다. 이미 지난해 6월 참가신청국이 1백40개국에 이를 때까지도 각 협회에서는 체육회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측의 신청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한 러시아 체육당국으로부터 개별적으로 공문을 받고서야 대회 개최를 알았다. 출전종목 협회들도 지난 3월말에야 체육회로부터 정식공문을 받았을 정도다.

또 체육회 운영의 경직성도 문제다. 얼마전 펜싱협회는 체육회측에 경비를 자체 부담하고서라도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달 '세계17세 이하 펜싱대회' 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메달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체육회측은 김운용 회장이 이미 5개 종목을 결정했기 때문에 변경이나 추가는 불가능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체육회가 체육발전을 위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산하 단체들의 의욕을 꺾기 위해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체육회의 반성을 촉구한다.

강갑생 기자〈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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