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운동가 강희남 목사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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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의장을 지낸 강희남(89) 목사가 6일 오후 7시45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강 목사의 부인은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남편이) 아파트 보일러실에서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밝혔다.

강 목사는 자신의 방에 ‘이 목숨을 민족의 제단에’라고 쓴 붓글씨와 A4 용지 한 장짜리 짧은 유서를 남겼다. 강 목사는 유서에서 ‘지금은 민중주체의 시대다. 4·19와 6월 민중항쟁을 보라. 민중이 아니면 나라를 바로잡을 주체가 없다’고 적었다. 전북진보연대 방용승 대표는 “강 목사가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을 통탄하며 지난달 1일부터 9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었다”며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1990년 11월 고(故) 문익환 목사와 함께 범민련을 결성하고, 남측 본부 의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앞장섰다. 김제 출생으로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70년대에는 유신 반대 투쟁을 했으며, 8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세 차례 옥고를 치렀다.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장례준비위원회는 강 목사의 장례를 ‘사회장(5일장)’으로 치르고, 10일 서울 명동에 있는 향린교회에서 영결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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