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장관의 사퇴가 남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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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양자 (朱良子)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지 56일만에 사퇴했다. 그가 임명됐을 때 언론은 위장전입, 2년전보다 월등히 늘어난 재산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재산실사를 벌인 결과 별 문제가 없다" 며 덮었다.

공직자 재산등록 과정에서 땅 판 돈 수억원이 누락되고 그의 해명 일부가 거짓말인 것이 또다시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언론이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정부는 그의 위법과 탈법을 감싸거나 덮어주려고만 했으니 이러한 정부의 행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졌겠는가.

그의 재산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정부가 엄정하게 대응했더라면 이 문제는 단기간에 매듭지어질 수 있었다. 근 두달간 질질 끌어 왔으니 그런 입지를 가진 장관 지휘하에서 그 부처가 제대로 일을 했겠는가.

결정이 늦어진 이유는 공동정권이라는 허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를 추천한 자민련은 감싸려고 들고, 임명권자나 청와대는 "우리 몫이 아니다" 는 이유로 남의 일 보듯 했다. 몫을 따지다 생긴 이런 일탈이 다른 국정에는 없을까 걱정스럽다.

이미 YS정부 초기에도 재산문제로 장관이 중도하차한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당연히 임명 전에 철저한 사전검증을 했어야 했다. 朱장관의 경우 국회에서 재산등록을 했으나 그때는 노출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의 재산등록제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증거다.

재산등록제가 제대로 되려면 지금의 법이 엄밀하게 보완돼야 한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도 빨리 도입돼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공직자 문제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朱장관이 물러난 것은 재산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재산형성 과정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장관에 임명되지 않았던들 탈법은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고 중도사퇴라는 불명예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위법과 탈법을 일삼아 재산을 모은 인물이 사회의 지도자로 등장하는 것을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직자와 공직 지망생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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