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관 사퇴] 여성복지장관, 문민이후 '단명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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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월말 문민정부에서 마지막 보건복지부장관이었던 최광 (崔洸) 장관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새 복지부장관에는 어떤 사람이 바람직하겠는가" 에 대한 답변을 "남성이었으면 좋겠다" 고 했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주양자 전장관과 또다른 여성 두 사람의 이름이 장관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어 그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는 '보건복지' 라는 단어의 느낌은 '소프트' 하지만 실제 하는 일은 이익단체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등 '하드' 한 경우가 많아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 뒤 '국민의 정부' 의 첫 복지부장관으로 朱씨가 임명되자 복지부 직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또 여성 장관이냐" "복지부가 여성배려부냐" 는 등 볼멘 소리와 함께 "첫번째 복지부 (국립보건원) 출신으로 업무를 잘 아는 장관이 왔다" 는 기대감이 교차했었다.

그러나 '여성 복지부장관은 단명한다' 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는지 朱장관은 '땅투기 의혹' 이란 덫에 걸려 입각한지 56일만인 28일 새 정부 각료로는 첫번째로 낙마했다.

이로써 취임 10일만에 경질돼 퇴직금도 받지 못했던 문민정부 첫 복지부장관 박양실 (朴孃實) 씨와 함께 역대 보건복지부 (보건사회부 포함) 장관 35명 가운데 단명 (短命) 순위 1, 2위를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송정숙 (宋貞淑) 장관도 문민정부 복지부장관 (9명) 의 평균 재임기간 6.6개월보다 길게 재임했지만 93년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자리를 지키는데 그쳤다.

그러나 김정례 (金正禮) 장관은 82년 5월부터 85년 2월까지 2년9개월간 재임, 정희섭 (鄭熙燮) 장관 (3년6개월) , 신현확 (申鉉碻) 장관 (3년3일)에 이어 역대 3위의 장수를 기록했다.

이로써 복지부장관 자리는 '여성 몫' 이란 인식이 지배했던 문민정부 이후의 장관 (3명) 은 단명하고 그 이전의 장관 (1명) 은 오히려 장수하는 대조를 보였다.

朱장관의 사퇴를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는 복지부 한 간부는 "보건복지 업무는 장관이 업무파악을 하는 데만 적어도 서너 달 걸리므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능력있고 주변이 깨끗한 사람이 와 장수하기를 바랄 뿐" 이라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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