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허용배경·재계반응]"법 만들어져도 설립 힘들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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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 (財界) 간의 '뜨거운 감자' 였던 지주회사 설립문제가 조기 허용쪽으로 결론이 났다.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 금지조항이 들어간 것은 지난 86년. 지주회사가 대기업 집단의 문어발식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간 재계에선 "지주회사야말로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업형태" 라며 조기허용을 외쳐왔다.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되고 경제력 집중문제는 현행 시장지배적 (독과점) 사업자 지정제도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차입금으로 자회사에 출자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되고^현재의 불투명한 회계제도에서는 소액주주 및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해 왔다.

당초 2000년 이후로 지주회사 허용시기를 미뤘던 것도 결합재무제표 도입.상호지급보증 해소 등 최소한의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데다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거론되면서 공정위도 기존 입장을 재고 (再考)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정법에선 외국인 투자기업에 한해선 예외적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웃 일본이 지난해 전후 50년만에 지주회사를 허용,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지주회사를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 됐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 해도 앞으로 상당기간 지주회사가 실제로 설립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공정위가 까다롭게 정해놓은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충족시킬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재계는 지난해 30대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이 5백18%인데 설립요건을 1백% 이내로 제한한 것은 사실상 허용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K 관계자는 "30대그룹 가운데 1~2년내에 부채비율을 1백% 이내로 낮출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 이라며 "기업들이 조직형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우광 (李佑光) 수석연구원은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야 한다는 요건도 대부분 기업에서 맞추기 어려울 것" 이라고 지적했다.

법개정 외에도 지주회사 도입을 위해선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연결납세제도를 도입, 법인세의 중복부담을 해소하고^자회사 노사분규와 관련된 지주회사의 책임범위에 관한 노동법상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이영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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