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규모 20조엔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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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정부는 12조2천억엔의 재정투자를 포함해 총사업비 20조엔을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종합경기부양대책을 24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요구해온 소득세.주민세의 무기한 감세도 연말까지 검토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심각한 경기후퇴와 국내외의 압력으로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정권이 재정개혁 노선에서 경기부양쪽으로 정책노선을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경기부양책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재해대책 등에 4조7천억엔 ▶정보통신 등 신사회간접자본 정비에 1조5천억엔 ▶지방사업에 1조5천억엔 등 모두 7조7천억엔의 예산을 공공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반면 소비 자극을 위해 세금은 4조5천억엔 이상을 깎아줘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이 부담하는 총규모는 12조2천억엔으로 늘어났다. 이는 미국이 요구해온 국내총생산 (GDP) 의 3%인 10조엔을 넘어서는 규모다.

하시모토 총리는 이번 대책에서 지난 9일 제시했던 16조9천억엔에다 주가부양을 위해 우정성이 관리하는 우편저금중 4조엔을 더 투입키로 결정, 전체 규모를 20조9천억엔으로 늘렸다.

일본 정부는 또 아시아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편성한 7천억엔의 차관을 조속히 집행키로 했다. 경기부양책에 자극받아 이날 도쿄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백29엔대의 강세를 보였고 닛케이 평균주가도 1만6천엔대를 회복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이날 오전 재정구조개혁회의를 소집해 적자 (赤字) 국채 발행을 폐지하는 재정건전화 목표연도를 2년 연기, 2005년으로 늦추고 99년에 한해 사회보장 관련 예산의 상한선을 없애는 등 재정구조개혁법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재정구조개혁법은 예산항목별로 2003년까지 예산증가율의 상한선을 정해놓아 재정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민주.자유당 등 야당은 "재정구조개혁법 골격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간 나오토 민주당대표) "무기한 감세가 실시되지 않는 한 부양효과에 한계가 있다" 며 하시모토 총리의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자민당내의 족 (族) 의원.정부부처들도 사회보장 관련 예산만 증가상한선을 폐지해준 데 대해 불만을 표시, 일본 정국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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