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단 그린, 좁은 페어웨이 … 아시아나는 “다시 안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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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다시아나’ 골프장을 아시나요.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 골프장(동코스)을 두고 주말 골퍼들이 하는 말이다. 코스 전장은 짧지만 그린의 굴곡이 3, 4단으로 구겨져 있어 3퍼트·4퍼트가 예사이기 때문이다. 다시아나는 ‘다시 안 와’의 소리 나는 대로 표기다. 페어웨이도 좁아 미스 샷은 용서받지 못하고 OB지역으로 굴러가고 만다.

이렇다 보니 아이언 샷이 부정확하고 퍼팅이 좋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입이 삐죽 튀어나오기 일쑤다. 18홀이 끝날 쯤엔 팀 중 한두 명은 대놓고 캐디에게 “여기 다시 오고 싶지 않다”면서 “아시아나 골프장이 아니라 다시아나 골프장’”이라고 화풀이하기도 한다. 힘들어 하기는 프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4일 이 코스(파72·6800야드)에서 벌어진 금호아시아나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5억원) 1라운드.

142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오버파를 기록한 선수가 90명이 넘었다. ‘쌍둥이 형제 골퍼’로 대회에 초청된 임가랑·다랑(19) 중 동생 다랑은 이날 16오버파 88타로 꼴찌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다시아나 골프장 악명의 핵심은 역시 그린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금호아시아나 오픈이 열렸는데 그린이 우승컵의 주인을 바꿨다. 15번 홀까지 2위와 3타 차로 우승을 눈앞에 뒀던 김형성(29)은 16번 홀(파3) 보기에 이어 17번 홀(파4)에서 3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를 허용했고, 18번 홀(파4)에서도 파 퍼트를 놓쳐 황인춘(35·토마토저축은행)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좀체 언더파 우승을 허락하지 않는 이 코스에서 무명 이동민(24·타이틀리스트)이 첫날 7언더파(버디 8, 보기 1개)를 쳐 사와다 겐이치(일본)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렸다. ‘퍼팅의 귀재’ 최상호(54·캬스코)는 4언더파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용인=최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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