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의도(意圖)/ 의사(意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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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대표 브랜드를 뽑기 위한 소비자만족도지수는 홈페이지에서 소비자 4만 명을 대상으로 인지, 호감, 만족, 신뢰, 구매 의도 5개 항목을 조사해 산출했다.”

예문에서 ‘구매 의도’는 잘 선택된 말이라고 할 수 없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즉 구매할 ‘의사(意思)’를 묻는 것이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다른 무엇을 하려고 하는 ‘의도(意圖)’를 묻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함’을, ‘의사’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뜻한다. ‘의도’와 ‘의사’는 거의 같은 뜻을 갖고 있지만, ‘의도’는 무엇을 하려고 꾀함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곧 ‘의도’에는 무엇을 이루기 위한 ‘속셈’ ‘저의(底意)’가 내포돼 있다.

그래서 ‘의도’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는 경우가 많다. “그의 행위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그날 밤 파티에서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했다”와 같은 문장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 역시 굳이 그 남자를 붙잡을 의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네 의견에 따를 의사가 있다”처럼 쓰이는 ‘의사’는 ‘의도’와 달리 중립적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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