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자원한 손규태군]"스스로 택한 길 공부가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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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공고에 진학하길 정말 잘했어요. 적성에 맞는 전자통신 공부에 쏙 빠지니까 흥미가 저절로 생겨요." 중학교때 성적이 중상위권이었던 서울 광운전자공고 전자통신과 1학년 손규태 (孫圭台.16) 군. 孫군은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인문계 고교 대신 공고에 진학에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특이한 경우다.

실업계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중학교 성적이 중위권이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이라는 사회통념이 일반적. 그러나 孫군은 인문계고에 진학할 실력도 충분했고 가정형편도 좋아 이같은 통념에 비춰볼때 '돌연변이' 인 셈이다.

특히 K대학 대외협력과장으로 재직중인 아버지의 장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남달라 공고 진학이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孫군이 공고진학을 결심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모형 신호등을 만들어 작동해 보니 번쩍이는 불빛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인문고에서 하루종일 흥미없는 입시공부에 매달려 시시한 대학에 들어가느니 전자통신분야에서 '프로' 가 되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했다고 한다.

"3학년 2학기때 부모님한테 공고에 가겠다고 처음 말씀 드렸더니 펄쩍 뛰셨어요. " 반대가 더욱 심했던 어머니가 먼저 규태의 손을 들어줬다.

"아이의 의지가 너무 확고했어요. 체면을 접고 아들의 장래를 위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편해 지더군요. '내 자식만은 꼭 대학에 보내야지' 하는 고정관념을 깨기가 가장 힘들었고 나중에 후회나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 공고에 진학한 孫군의 생활태도는 1백80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책상에 오래동안 붙어 있지 못했지만 요즘은 밤늦도록 통신관련 서적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못내 서운해 하던 아버지도 아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이제는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진학을 포함한 직업선택 문제에 대해 자주 대화하는 등 부자간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기능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기능사 자격증도 5~6개 딸 생각입니다. 제가 선택한 길인 만큼 결코 후회는 안해요. 2년뒤에 제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 줄 겁니다." 孫군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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