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BS '엄마의 딸' 재미와 감독 갖춘 수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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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IMF시대' 를 맞아 TV드라마에 새 철칙이 생겼다.주인공은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상' 이 아니라 현실을 뒤돌아 보게하는 '감동' 을 줘야한다는 쪽으로 시청자들의 요구가 변화한 때문이리라. 자연히 제작진들의 첫번째 고민은 '감동' 을 어떻게 '재미' 와 조화시키느냐로 집약된다. 그런 면에서 SBS 아침드라마 '엄마의 딸' (오전8시30분) 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데 성공한 모범적인 작품이다.

'구두닦이' 를 업으로 하는 서민들의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삶이 이른 아침 브라운관을 채우면서 '감동' 을 전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구두닦이를 하면서 네 딸을 키워낸 어머니 (정혜선 분) 는 생활력 강하면서도 자식들 앞에서는 약해지는 보통 엄마들의 모습이다.

남편과 사별하고 어머니를 돕는 큰딸, 열일곱에 가출해 여섯살난 아들을 두고서야 엄마를 찾아온 세째딸, 다리를 약간 절지만 착하고 명랑한 막내딸등 바람잘 날 없는 네 딸들의 곡절 많은 이야기가 드라마를 풍부하게 한다. 자칫 어두운 분위기로만 흐를수 있음에도, 일상의 자그마한 모습들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아기자기한 '재미' 가 적절히 유지된다.

괄괄하고 성미 급한 큰딸의 거친 말투는 보통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맛이 있고, 막내딸을 좋아해 그 언저리를 맴도는 단란주점 주인의 푼수끼 많은 행동도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한다.작가 허숙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능하다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만 둘째딸의 고부갈등을 삽입한 건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소 겉도는 느낌을 줘 아쉽다.

지독한 시어머니와 그 아래서 설움받는 며느리라는 도식적인 구도에다 매회 계속되는 다툼과 갈등은 시청자들을 지치게 한다.게다가 단란주점 사장을 대기업 회장의 둘째 아들로 설정한 것도 매끄럽지 못하다.

주인공들이 처한 힘든 처지에 돌파구를 마련해주려는 장치치고는 너무 안일하고 손쉬운 해답이라 설득력이 약하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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