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살린 DJ] 관료조직 통제등 다목적 활용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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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감사원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직기강·고위공직자 감찰이 주요 업무인 감사원은 정권 초창기에는 늘 사정 (司正) 의 대표주자로 등장한다.

대통령직속인 감사원을 22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찾았다. 金대통령은 "25년만에 대통령이 감사원을 방문했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고 자평했다.

金대통령은 "국민의 정부가 감사원을 얼마만큼 중시하는지를 보여줘 피감 (被監) 기관들이 감사원에 대해 무게와 권위를 느끼게 하기 위한 것" 이라고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정권출범뒤 감사원은 외환위기·개인휴대통신 (PCS)·경부고속철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김영삼 (金泳三) 정권과의 차별화의 출발이다. 강경식 (姜慶植)·김인호 (金仁浩)·이석채 (李錫采) 씨 등 수사의뢰한 전직 각료들은 구 정권의 핵심인물.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바꿔말하면 구 정권 국정운영의 난맥이었다.

이 과정에서 "비전문가에 의한 사후 정책평가" "무리한 사후감사" 라는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염두에 둔듯 金대통령은 "감사원은 법을 어기지 않아도 비능률·낭비·태만 등을 적발, 시정하는 역할도 갖고 있다" 고 감사원의 정책평가 기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자신이 파악해온 감사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金대통령은 "과거 감사원은 정부의 은행인사 개입이나 부당대출 등 정경유착·관치금융에 손을 대지 못했다" 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권력과의 결탁에만 집중, 환란 (換亂) 을 불러온 것" 이라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의 지시중 주목되는 대목은 '힘있는 곳에 감사의 칼날을 대야한다' 는 주문. 金대통령은 "큰 것은 놔두고 적은 것만 신경쓰면 감사기능을 제대로 못살린 것" 이라며 "한승헌 (韓勝憲) 감사원장서리를 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 밝혔다.

감사원이 올해 추진할 '큰 것'에는 방위력개선사업· 농어촌구조개선사업· 인천국제공항건설사업 등 모두 문민정부하에서 이뤄진 역점사업들에 대한 감사다. 감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파장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감사원 힘 실어주기' 는 공동정권의 한계 속에서 관료조직을 통제하고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려는 金대통령의 의지로 여권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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