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퇴시한 또 단축]여야, 당리당략 차원 선거법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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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법이 갈수록 누더기가 되고 있다.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여야 합의안에 '당리당략의 부산물' 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직사퇴시한 규정이다.

국회 행정자치위는 21일 공직사퇴시한을 현행 선거일전 9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면서 부칙에 '이번 지방선거에 한해 법시행 공포후 3일이내에 사퇴하더라도 출마자격을 인정한다' 는 규정을 뒀다.

부칙안대로라면 지금 사퇴한 국회의원도 6월 지방선거 출마자격이 생긴다.

편법도 보통의 편법이 아니다.

이런 조항이 등장한 배경은 간단하다.한마디로 각 당이 출마 희망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선거법을 뜯어고쳐 사실상 기한을 축소해 준 결과다.

때문에 이같은 편법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먼저 선거법의 안정성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공직사퇴시한만 하더라도 1백80일전 (초기 선거법)→90일전 (93년 통합선거법)→60일전으로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손질돼 오는 처지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선거 승리를 위해 법에 손대는 건 일종의 횡포" 라고 비난했다.그는 "이번에 이런 규정이 탄생한 것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시한이 지나서라도 출마시켜야 한다는 당리당략 때문" 이라고도 단정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당장 합의안대로라면 출마자들이 난립하게 된다.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도 부칙규정에 따라 마음을 바꿔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점은 의원들이 편법임을 알면서도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는 점이다.국회 행정자치위원들은 "법 개정작업이 늦어져 가급적 출마기회를 주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며 "이미 사퇴한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각 당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 설명했다.

박승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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