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청사진에 시큰둥한 문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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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일본대중문화 개방을 위한 기획자문단 구성을 비롯 ^문화지구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덕수궁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설치 ^국악FM방송 개국 ^태권도공원 조성 ^ '감독 통제' 에서 '지원 평가' 로의 전환등…. 문화관광부가 지난 17일 업무보고에서 올해의 주요 업무로 내놓은 계획들이다.

'문화의 세기' 를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문화대통령' 을 자임하는 정부에서 처음 내놓는 청사진이기에 큰 기대를 걸었던 문화계로선 대체로 미흡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고,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문화정책을 지원과 평가쪽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데서 약간의 변화 조짐을 엿볼 수 있다는 정도다.

규제가 완화되는 부분은 영화제작업을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무대예술 공연장 설치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각각 바꾼다는 것이 골자다.그 외의 사업은 대부분 그동안 논의되었던 것을 공식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이다.

먼저 인사동 등 '문화의 거리' 를 특별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사업에 대해선 '또 법이냐' 는 반응이다.문화부의 방침은 특별법을 제정해 전국 각 도시의 문화지구 및 '문화의 거리' 에 문화를 오염시키는 시설이나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 이에 대해 건축가 김석철씨는 "문화보호를 법으로 한다는 생각은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나 어울리는 발상" 이라며 "문화를 아끼는 마음만 있다면 건축법 등 현재의 법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보호가 가능하다" 고 말했다.덕수궁 석조전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활용한다은 방안에 대해 환기미술관 오광수 관장은 근·현대미술과 실험미술 등으로 뚜렷한 성격구분을 한다면 두 장소 모두 기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예진흥기금을 유망한 부문과 낙후된 부문에 중점 지원한다는 방침과 관련, 영화기획자 유인택씨는 행정 공무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먼저 익힐 것을 제안했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도서출판 민음사의 박맹호 사장은 "일본 문화도 들어올 것은 이미 다 들어와 있는 현실에서 과감하게 빗장을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문화계 종사자들은 IMF시대에 문화수요를 창출할 만한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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