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탁로소' (託老所)가 영국에 문을 열었다.영국 중부 코번트리에 자리잡은 프랑스 자동차회사 푸조의 영국 현지공장이 최근 공단 안에 개설한 '아서 윌슨 하우스' 는 겉보기엔 여느 탁아소와 똑같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맡기고 저녁에 퇴근할 때 찾는 것도 일반 탁아소와 마찬가지다.다만 어린아이를 맡기는 게 아니라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노인을 맡기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회사는 5천여명의 공장 근로자 가운데 거동이 어렵거나 치매에 걸린 부모.시부모 또는 장인.장모 때문에 고통을 겪는 근로자가 의외로 많다는 점에 착안, 탁로소를 설치했다.
탁로소는 4명의 노인병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보조인력과 취미.교양.오락.체육 등 각종 위락.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하루 3만5천원 정도의 돈만 내면 근무시간 동안 일절 노부모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해 준다.
칠.팔순된 노인들을 곁에서 안전하게 돌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로 주로 이 공장에 다니다 퇴직한 초로 (初老) 의 노인들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 회사는 탁로소 설치후 생산성이 더 올라간 것으로 분석하고 현재 50명 규모인 수용능력을 더 늘리고, 주간에만 운영하는 것도 하루 3교대 근무체제에 맞춰 24시간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의 대형 레저그룹인 리틀 우즈, 철도회사인 넥서스, 케임브리지의 래드클리프병원 등도 근로자용 노인 위탁보호시설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등 '코번트리 탁로소' 는 영국 전체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노인문제로 인한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는 새로운 대안 가운데 하나로 코번트리 탁로소가 주목되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