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대통령표창 받는 청주맹학교 길태영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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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눈으로 보지는 못해도 얼마든지 '컴퓨터 박사'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각장애인이 대통령표창을 받는다.충북 청주맹학교의 길태영 (吉泰英.35) 교사.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吉교사는 시각장애인용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 정부로부터 '장애극복상' 을 받는다.

吉교사는 "아무쪼록 이번 수상이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 고 소감을 말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맹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吉교사는 남다른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팔방미인. 성적도 성적이지만 전국 장애인경연에 참가, 79년엔 기악부문에서, 81년엔 타자부문에서 각각 최우수상 (문교부장관상) 을 차지하기도 했다.

吉교사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4학년 때인 88년 초부터. 오타를 지울 수 없는 타자기보다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워드프로세서가 훨씬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였다. 당시만 해도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를 다룬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지만 吉교사는 장애인으로 처음 컴퓨터를 익힌 선배 金운영 (50.자영업) 씨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았다.

그러나 자판만 익힌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들여온 점자입.출력기 등을 활용하기 위해 영어도 열심히 익혔다.그때부터 컴퓨터에 매달린 吉교사는 졸업논문을 컴퓨터로 휼륭하게 작성, 제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 덕분에 영어도 수준급이 됐다.

89년 청주맹학교에 부임한 吉교사는 점자를 매개로 하지 않고는 정보취득과 전달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장벽을 깨기 위해 다시 컴퓨터와의 씨름을 시작했다.그러던 중 충북대 金석일 교수 연구팀에 합류해 시각장애인도 컴퓨터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개발하는 데 마침내 성공한다.

吉교사가 金교수등과 함께 개발한 프로그램은▶보통문자를 점자로 곧바로 번역해주는 '점역 (點譯) 프로그램' ▶키보드에서 문자를 치거나 커서가 이동할 때마다 소리로 읽어주는 통합문서편집기 '소리문' ▶시각장애인이 점자입력기로 입력한 점자문서를 보통 문자로 변환해주는 '역점역 (逆點譯) 프로그램' 등 3가지.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시각장애인은 도스환경에서 문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점자를 모르는 일반인이 제공하는 문서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거꾸로 점자로 작성한 문서를 일반인에게 곧바로 보여줄 수 있어 정보화시대에 적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올해 충북대 전자계산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吉교사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들이 큰 불편없이 컴퓨터를 이용, 정보화시대에 적응하는 데 도움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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