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유리상자속의 공인' 일본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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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전9시21분 관저 도착, 26분 대장성 주계.주세국장 접견… 오후4시9분 김상하 (金相廈) 대한상의회장 등 일.한경제인회의 출석자들이 예방… 7시30분 이탈리아대통령 환영만찬회, 9시6분 공저 (公邸) 로 귀가.'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의 지난 15일 일과다.

일본 신문들에는 국가원수인 총리의 전날 행적이 분 (分) 단위로 매일 빠짐 없이 실린다.담당기자들이 하루종일 총리의 뒤를 좇아다니며 정리한 것으로 그 자체가 역사다.물론 숙소에 있을 때 (출근전과 귀가후) 는 체크대상이 아니지만 일과시간에 관한 한 공휴일에도 예외가 없다.

토요일이던 지난 11일의 일과는 '오전10시56분 도쿄 (東京) 뉴오타니호텔에서 이발, 오후1시25분 국립국제의료센터에 들러 모친 병문안, 3시 아카사카 (赤坂) 의 서점에서 책 구입, 3시22분 귀가' 로 돼 있다.국가수반의 단골이발소 위치나 모친이 어느 병원에 입원중이라는 사실까지 일반인에게 알려지는데 경호상 문제점은 없을지 걱정될 정도지만 그래도 잘 돌아가고 있다.

한국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일본총리실의 '유리상자' 식 일정공개 덕분에 일본언론과 국민은 언제, 누가 총리를 만났는지 소상히 알 수 있다.취재를 제한하고 있는 한국의 청와대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노재현〈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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