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상술]지능적 매장 '안사곤 못배기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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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휴일인 지난 12일 친구와 그랜드마트 신촌점 8~9층 그랜드 시네마극장에서 영화 '타이타닉' 을 즐긴 구지현 (26.여.서울송파구잠실본동) 씨. 구씨는 영화가 끝난 뒤 계획에도 없던 쇼핑을 하게 됐다.

할인점 7층에 개설된 의류 이벤트 행사장을 거쳐 내려오다 끝내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것. 결국 구씨는 원피스 한 벌을 손에 들고 할인점 문을 나섰다.

구씨로선 영화도 잘 보고 '발품' 을 파는 수고도 덜면서 쇼핑을 즐긴 셈이지만 할인점으로서는 고객 유인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렇듯 쇼핑객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유통업체들은 매출 극대화를 위해 '지능적으로' 매장을 구성해두고 있다.

구씨는 이른바 '샤워 마케팅' 에 의해 물건을 사게 된 케이스.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상품과 시설을 맨 위층에 배치함으로써 일을 끝낸 뒤 아래 층으로 내려오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의 반대는 분수 마케팅. 아래층에 값이 싼 상품을 쌓아두고 손님을 유인한 다음 위층으로 '퍼올리는' 펌프식 영업전략이다.지하 슈퍼 등은 분수 마케팅, 맨 위층에 있는 상설 할인매장.스포츠센터 등은 샤워 마케팅의 일익을 담당한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달 26일 9층에 아울렛 매장을 설치해 샤워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이 회사 영업관리팀 장영태과장 (40) 은 "아울렛 덕에 백화점 전체 매출이 10~20% 정도 늘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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