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협상 결렬뒤 여권 특단대책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5일 밤 선거법협상이 결렬된 뒤 여권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격앙됐다."더이상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행패를 두고볼 수 없다" 는 불만과 함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계개편론으로 모아진다.수뇌부에선 영수회담 등의 돌파방법도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중론은 "결국은 인위적으로든 뭐든 즉각 한나라당 깨기에 들어가야 한다" 는 것이다."그간 참을만큼 참았다" 는 기류다.

16일 아침 국민회의 간부 간담회에서도 "빨리 깨버리자" 는 주장이 제기됐다.이에 앞서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대행은 이른 아침 청와대로 김대중대통령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밤의 선거법 협상 결렬과정에 대한 보고를 위함이다.오후로 예정된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공식 청와대 주례보고에 앞선 독대라는 점에서 은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정계개편에 관한 얘기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자민련은 더 공세적이다."언제까지 끌려만 다닐 것이냐" 는 감정섞인 반응이 일반화됐다.양쪽 모두 선거법 뿐만 아니라 사사건건 교착된 정국의 근본적인 해결은 역시 정계개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사실상 내려진 상태다.공동 정권 출범 후 총리 임명동의 처리에서부터 지금까지 여야가 다뤄온 현안들 모두가 수 (數) 의 힘에 밀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영수회담에 대해선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전날 총무회담에서 합의된 선거법 협상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뒤집히듯 영수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조순 (趙淳) 총재를 통한 합의가 내부적으로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들이다.여권은 이제 정계개편을 위한 환경도 무르익었다고 본다.

우선 '여론이 우리편' 이라는 점을 든다. '70%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는 일부 언론사 여론조사도 있었고, 주변의 비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재촉이 많다는 것이다.일부 핵심인사들은 그동안 상당한 사전준비도 돼있다고 말한다.

또 한나라당 중진들의 추가적 집단행동 (탈당) 도 이어질 태세라는 것이다.검찰의 종금사 인허가 비리수사도 구 (舊) 여권 정치인에게까지 대상이 확대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고 본다.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된 상황이다.

김석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