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이상한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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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한 사이에 4년만에 갖게 된 당국자간 회담인 베이징 (北京) 차관급회담을 지켜보고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지금까지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북한의 태도에서 남북한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리라던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갖게 되는 실망과 환멸 때문이다.

북한이 처음 대북 (對北) '비료지원문제 및 남북간의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차관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했을 때 우리는 일단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였다.3년9개월만에 남북한사이에 당국자간 회담이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데다 북한의 식량난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대화통로도 마련할 수 있다는 동포애적 유대감이 있었던 탓이다.

아울러 남북한 모두 새로 출발하는 당국간 대화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따라서 회담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북한의 식량난 완화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남북한 사이에 대화통로가 트이게 되는 것까지 상정했다.

그러나 회담경과는 이러한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우리 정부가 베이징회담을 갖자는 북한의 제의에 선뜻 응한 데는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비료지원을 통해 북한의 식량생산을 돕겠다는 인도주의 정신과 동포애에 목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에서 비료지원과 함께 북한이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도록 인도주의적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그러나 북한측은 이산가족 재회는 정치문제라며 비료지원문제와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자신들이 남한에 두가지 선물을 주었으니까 마땅히 비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회담에 응한 것 자체와 비료회담에서 상호관심사를 토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양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남한이 북한의 비료를 달라는 대화제의에 감지덕지해 당연히 대가를 지불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이같은 논리는 오히려 남한의 여론을 자극해 동포애와 인도주의정신까지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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