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화제]구효서와 김하기의 진한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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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 "하기에게. 벌써 시월이야. 삼 개월이 후딱 지나가 버렸어. 두어 평 남짓한 무채색의 콘크리트 독방에 갇혀 있는 널 생각할 때마다 어서 편지를 써야지 써야지 별렀지만 결국 또 세월만 보내고 말았어…. " 소설가 구효서 (40) 씨가 감옥에 갇혀 있던 동료 문인 김하기 (40) 씨에게 보냈던 우정어린 편지 형식의 소설이 열림원에서 책으로 나온다.제목은 아직 안 정해졌는데 5월경에 선보인다고. 책의 인세 수입은 모두 김씨의 영치금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그가 지난 3월 특사로 풀려나는 바람에 대신 아직 감옥에 남아 있는 다른 동료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

두 작가는 사실 오랜 친구 사이는 아니다.김씨는 현실비판적 문학을 했고 구씨는 순수소설 작가였다.

그렇게 나누어지길 원한 것은 아니지만 문단풍토 탓에 같은 나이에 같이 글을 쓰면서도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지면으로만 서로를 알던 둘은 96년 6월 한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첫눈에 마음이 통했고 술자리는 구씨가 기거하던 북한산 자락까지 이어졌다.

문단내 '좌우 합작' (?) 이 이루어진 셈이라 할까. 하지만 다음 달 김씨는 중국에서 술 취한 상태로 두만강을 건넜다가 덜컥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이때부터 구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오남리 이야기를 편지 형식의 소설로 써서 김씨에게 보내기 시작했고 문학잡지에 일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애틋한 우정이 한 작품을 빚어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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