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 막판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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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이징 (北京) 남북 당국회담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12일 오전 이산가족 문제 논의에 사실상 합의, 순조롭게 출발한 회담은 절차문제로 일단 벽에 부닥쳤다.

전체적인 회담 틀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부적인 방법 논의는 답보상태다.양측의 가장 큰 이견은 이산가족 문제와 비료지원이라는 큰 덩어리를 어떻게 배합하는가에 있다.

이는 남측이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려는데 비해 북측은 비료지원을 선결과제로 꼽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여기에 '병행 (竝行).병진 (竝進)' 과 '상호주의' 등 잠정적 합의과정에서 나온 용어를 제각기 유리하게 해석,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우리측은 비료지원의 물량.시기를 확정해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산가족 면회소.우편교환소 설치나 고향방문단의 시기를 약속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해 북한측은 논의는 동시에 하되 비료지원 만큼은 먼저 이뤄지도록 합의하자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이견의 폭은 크다.

지원물량과 이산가족.특사문제를 연계하겠다는 우리 입장에 대해 북측은 직접연계는 곤란하며 비료나 주고 나서 논의하자고 고집하고 있다.북한의 태도에 따라 물량을 신축적으로 결정한다는 우리측 방침에 북측은 최소한 20만t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일과 13일 오후 열린 수석대표 접촉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북측은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전금철 (全今哲) 북측 단장은 "남측의 상호주의는 맞바꾸기식 교환방식" 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남측 대표단은 '시간은 우리편' 이라며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북측은 파종기인 4월중 비료선적을 요구하며 서두르고 있다.

아무튼 첫 만남에서 이산가족 논의의 필요성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는 등 돌파구를 마련한 만큼 후속회담 날짜에 합의하는 정도에서 일단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그러나 북한측이 회담시간까지 늦추며 평양의 훈령을 기다리는 등 고민하는 상황에서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먼저 회담을 제의한 것도 그렇다.남북대표단은 지난 3년9개월의 대화공백이 심각하다는 데는 '완전 합의' 하고 있다.

베이징 =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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