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 중앙일보 '알뜰시장' 참여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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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요즘 끊이지 않는 자살행렬이 적어도 나에게는 '남의 일' 이 절대 아니다.나 자신도 15년 전 예기치 못한 부도를 내고 부끄러움과 절망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그것도 가족과 동반자살을 꿈꾸다 실패한 경험을 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철부지 두 남매를 이 세상에 남기면 오히려 더 불쌍하게 되리라는 생각에 동반자살 방법을 궁리하며 잠 못 이루던 기막힌 밤들. 낌새를 알아챈 아내에게 그 계획을 털어놓자 "자식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며 완강히 반대했다.자신은 아이들을 돌봐야겠다는 아내에게 정말 다 떠넘기고 훌쩍 이 세상을 하직할까 망설이던 나는 선한 이웃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다시 일어섰다.

요즘 이 참담한 현실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삶을 포기했거나 포기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이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다.굳이 죄를 따진다면 너무 착하고 여린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랄까. IMF체제로 불리는 이 시대의 아픔 속에 급증하는 자살이나 동반자살 외에도 강도나 절도, 정신질환에 가까운 IMF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만일 이런 사태를 방치한다면 우리 공동체는 공포의 소용돌이로 변해버릴 것이다.재력.권력.영향력 등 이 사회에 힘을 미칠 수 있는 '가진 사람들' 은 이 절망의 파도를 막는데 앞장서야 한다.

구렁텅이에 빠진 내 친척.우리 이웃.우리 겨레에 아주 작은 힘이라도 한데 모아 안타까운 마음, 따뜻한 정과 함께 전해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 아닌가.'이 고통을 참고 견디며 저 고개를 넘으면 희망이 있다' 는 꿈을 더불어 나눌 수만 있다면 우리에겐 든든한 내일이 열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값진 나눔과 자원 재활용을 앞으로 생활화하게 된다면 우리는 IMF로부터 차라리 엄청난 선물을 받게 되는 셈이다.중앙일보가 온 국민의 열기와 정성에 불을 댕기기 위해 매주 펼치기로 한 '토요 알뜰시장' 에는 바로 그런 뜻이 가득 담겨있기에 나는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지식산업사 모든 직원들과 더불어 이 행사에 참가키로 했다.

이 겨레의 기 살리기, 신바람 일으키기에 동참하는 것이야말로 이 고난의 IMF강물을 건너는 데 튼실한 다리를 놓는 길이라고 믿는다.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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