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마의 12번홀서 행운잡은 커플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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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골프에는 흐름이 있다.잘 나가다가 한 홀에서 망가져 흐름을 잃어버리는 것이 골프의 특성이다.1라운드에서는 프레드 커플스의 흐름이 좋았다.

그는 이날 '아멘 코너' 의 핵인 12번홀 (파3.1백55야드)에서 흐름이 깨질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티샷한 공이 짧아 그린앞 개울에 빠질 뻔한 것. 그러나 굴러가던 공은 개울 18㎝ 앞에 멈췄다.

그는 오른발을 물에 담그고 세컨드샷을 했다.2온 2퍼트로 보기. 1타차 선두로 나서게 한 귀중한 보기였다.골프에서의 가정법은 무의미하지만 공이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범했다면 그는 흐름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골프의 일반적 특성에서 예외가 되는 선수는 없기 때문. "자신감을 얻게 됐다" 는 그는 곧바로 13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흐름을 유지했다.'개울행' 을 면한 그의 행운은 심상치가 않다.

92년 우승 때도 비슷한 행운이 따랐다.당시 그가 티샷한 공은 그린 턱에 맞고 굴러내리더니 개울앞 풀에 걸렸다.물까지 거리는 불과 15㎝. 그는 '최소한 보기' 위기를 파로 막아 끝내 그린재킷을 걸칠 수 있었다.

잭 니클로스마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홀" 로 평가한 이 홀에서 선수들이 고개숙인 사례는 수없이 많다.80년 대회 때는 톰 와이스코프가 5개의 공을 개울에 처넣으며 무려 13타를 쳐 보따리를 쌌고 73년 JC 스니드는 더블보기를 범해 토미 아머에게 1타차로 패했다.

'우승자를 점지한다' 는 마스터스의 신이 과연 커플스를 일찌감치 낙점한 것일까. 두고볼 일이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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