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자유치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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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한 전담기구도 만들고 관련법제를 전면개편해 원스톱서비스체제로 개편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현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총론으로 외치는 외자유치의 필요성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외자유치가 주춤거리는 이유는 크게 노조의 비협조, 폐쇄적인 국민정서 및 일선 행정관료의 인식부족과 기업매매 및 인수시장 (M&A) 의 미발달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 이스카사가 대한중석의 초경합금 부문을 인수하려는 매입상담이 노조의 비협조로 결렬된 것은 대표적인 예로 사후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인 효과가 염려된다.사실 그동안 외국기업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우리가 어렵게 고용조정 (정리해고) 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을 평가하면서도 과연 실제로 노조가 따르겠느냐고 의구심을 가져왔다.

몇차례의 서베이 결과는 외국인 투자의 주된 걸림돌 중의 하나가 강성노조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노조 그 자체보다 과연 노조가 불법행위를 할 경우 우리 법에 의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보호될 수 있느냐였다.

이번 노조의 '기업 매각대금배분' 요구조건은 외국인 기업에는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기업인수시 고용승계를 의무화할 것인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경우 당초의 목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도움이 안될 것이다.

일반국민의 외국기업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나 일선 관료의 무관심도 투자유치를 막는 요인이다.일부에서는 영종도 등에 투자유치자유지역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국기업은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를 원하고 우리에게도 그것이 고용흡수력면에서 더 유리하다.

따라서 외국기업의 진출이 단순히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경제적 지배력을 늘리는 것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측면이 더 강조돼야 한다.외국기업의 횡포를 막고 외국인투자유치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길은 외자유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외 할 것 없이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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