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한복명장 금정순씨에 정명훈씨 도움으로 새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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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조그만 인연인데 잊지 않고 저를 도와 주다니…. 꼭 병마 (病魔) 를 극복해 보답하겠습니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경제사정이 어려워 애를 태워 온 한복 명장 (名匠) 금정순씨가 유방암수술을 받게 됐다.琴씨에게 소생의 빛을 보내온 독지가는 국내외에서 지휘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정명훈 (鄭明勳.45) 씨.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던 鄭씨는 지난달 31일 수술을 위한 입원비를 보내왔고, 琴씨는 바로 다음날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琴씨와 鄭씨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지난 95년 8.15 광복50주년 기념행사장. 鄭씨는 잠실주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열린 이 '축전음악회' 의 지휘자로 나와 현란한 몸놀림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이때 鄭씨가 입은 한복 도포가 바로 琴씨의 작품. 琴씨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鄭씨의 도포를 제작했고 공연후 鄭씨로부터 "그동안 입어 본 옷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옷" 이라는 감사의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 후 96년 4월 琴씨의 오른쪽 가슴부분에서 동전크기의 희뿌연 점이 발견됐고 검사결과는 유방암. 병원측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단계로 오직 자신의 골수조직을 이식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 알려줬지만 문제는 5천만~6천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였다.족두리에 반해 혼기도 놓치고 혼자 바느질만 하며 살아 온 琴씨에게 이런 목돈이 있을 리 없었다.

지난해 11월 琴씨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문화체육부가 입원비를 책임지겠다고 해 일단 입원했지만 문체부는 뒤늦게 난색을 표했다.

琴씨는 다시 눈물을 머금고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이같은 琴씨의 애절한 사연이 다시 본지를 통해 전해지자 鄭씨의 처형인 구명열 (具明悅) 씨가 바로 파리에 있는 鄭씨에게 소식을 전했다.

鄭씨는 "평생 한국의 혼을 잇기 위해 애써 온 琴씨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돕겠다.입원비는 걱정 말고 빨리 입원시켜 달라. 제발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게 해달라" 는 간절한 부탁을 具씨에게 전했다.

鄭씨는 1차로 입원비 3천만원을 지난달 31일 琴씨의 통장으로 보내왔다.그리고 琴씨는 지난 1일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수술날짜도 오는 15일로 잡혔다.琴씨는 감사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유럽지역을 순회하고 있는 鄭씨의 바쁜 일정으로 아직도 전화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요즘도 TV에서 정명훈씨 공연모습이 나오면 지휘하는 팔의 움직임이나 각도를 유심히 보고 있어요. 반드시 병을 극복할 겁니다.그리고 다시 한번 鄭씨를 위해 한복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꼭 그날이 오겠죠. "

김현기.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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