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세계대회, 따져보니 남는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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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번 LG배에서 일본의 왕리청 (王立誠) 9단이 우승하여 2억원의 상금을 가져가자 일각에서 세계대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MF시대에 아깝지 않느냐. " "어려운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세계대회를 더 많이 주최할 필요가 있느냐. " 이에대해 한국기원은 무슨 억울한 얘기냐고 반문한다. 아닌게아니라 세계대회를 통한 바둑계의 손익계산서는 표에서 보듯 막대한 흑자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대회 우승상금이 준우승등 기타상금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점을 감안하여 간단하게 우승상금만을 비교할 때 외국기사가 한국에 와서 가져간 상금은 49만달러+3억원. 1달러에 1천4백5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총 10억1천만원이 된다.

(삼성화재배는 2회부터 우승상금을 3억원으로 변경) 한국기사가 외국에서 벌어들인 상금은 120만달러+6천만엔. 1백엔에 1천90원을 기준으로 할때 23억9천4백만원이나 된다.

따라서 한국바둑은 지금까지 세계대회를 통해 13억8천여만원의 흑자를 보고있으며 앞으로도 믿지는 장사를 하지않을 자신이 있다는 주장이다.

기도 (棋道) 정신이나 바둑문화의 본질에 비쳐볼 때 돈을 앞세울 수는 없지만 때가 때인지라 바둑계가 세계대회를 통해 외화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밝혀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국제무대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했던 한국바둑은 세계대회를 통해 이름을 드높였고 오늘날 세계최강의 자리까지 올라왔다.이제 서양에선 일본의 'GO' 를 제치고 한국의 'BADUK' 을 공식명칭으로 사용하는 대회도 생겼다.

세계대회 때문에 종주국 자리에서 밀려난 일본이 세계대회를 외면하는 것이나 세계대회로 성장한 한국이 세계대회를 앞세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한국기원의 정동식 사무국장은 "세계대회야말로 한국바둑의 젖줄이다.

테니스의 윔블던대회처럼 자랑스러운 대회를 키우는 것이 바둑계의 소망" 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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