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지는 꽃 향기로운데
들 물은 가로 세로 길 걸으며 노래한다
웃지를 마소 내 본시 한낱 시광이라네
- 김숭겸 (金崇謙) 의 '출산 (出山)'
조선 숙종 연간 16세의 천재시인 군산 (君山) 김숭겸 (1682~1700) 의 작품이다.영의정 김수항 (金壽恒) 의 손자이며 대사성 김창협 (金昌協) 의 아들이다.
대대로 정승 집안인데 이윽고 노론.소론, 노론.남인의 당쟁으로 하루 아침에 역적의 자식이 돼 떠돌았다.18세 요절. 그의 시 3백수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애가 (哀歌) 다.
봄바람과 지는 꽃, 무논의 물이 넉넉한 풍경 가운데 소년시인이 있어 전혀 다른 '산수의 마음 (山水心)' 이 피어난다.아무래도 시인은 불행과 비극이 낳은 꽃인가.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