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화 브레이크 없는 하락]국제적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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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적인 경제예측기관들이 넋을 놓고 있다.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경제성장률 등 경제원론에 기초해 산정되는 적정환율은 실종된 지 오래다.엔.원.루피아 등 아시아 주요통화들이 달러화 대비 지나치게 평가절하됐는데도 하락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91년 2, 000대의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본격적인 조정 한번 받지 않고 7년만에 4배이상 올라 9, 000대를 넘는 폭등세를 지속하는 것도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16조엔의 추가경기부양책, 금융기관 불량채권 해결에 30조엔 투입선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엔화.주가 하락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것도 경제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올 한해 엔 - 달러 환율전망을 놓고 변동폭이 아니라 변동방향까지 엇갈릴 만큼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환 (換) 투기 전문가 조지 소로스까지 "환율안정이 중요하다.

급속한 핫머니의 유출입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 제안할 정도다.솔로몬 스미스 바니증권의 제프리 양은 미고 (美高).일저 (日低) 로 양극화되는 국제금융시장 흐름에 대해 "경제지표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일본의 금융부실.관료주도의 경제가 한계를 맞았다는 것이다.지난 한햇동안 뉴욕시장의 외국인 주식순매수는 6백51억달러로 97년 대비 무려 5배가 늘어났다.

반면 도쿄 (東京) 시장에서는 지난해 4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주식순매도를 기록한데 이어 2월부터 다시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초저금리에다 정책불신까지 겹쳐 국제자금이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정부는 국제 신뢰 회복과 자금흐름을 반전시킬 필요를 느끼지만 별다른 정책수단을 제시할 수 없어 당황하고 있다.

이제는 2조~4조엔 정도로 추정되는 소득세 특별감세 외에 일본정부가 더 이상 내놓을 카드도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3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 뛰어난 제조업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은 기초체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문제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여파다.

"일본은 분명히 아시아 경제성장의 엔진이다.그리고 일본이 직면한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 태국의 수린 피스완 외무장관의 이야기는 일본경제가 흔들릴 경우 제2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아시아지역 국가의 불안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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