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한심한 뒷북…이미 허용된 것 촉구·틀린수치 인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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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최고 권위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KDI.원장 李鎭淳)에 무슨 문제가 있나. KDI가 3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는 엉터리 내용이 수두룩하다.이미 입법예고까지 끝낸 정책을 '앞으로 해야 한다' 고 권고하는가 하면, 아예 수치를 잘못 인용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며 국채잔고를 24조원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말 이미 28조원에 달했다.또 국제수지의 '오차 및 누락' 이 지난해 8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했지만 지난해 오차 및 누락은 이미 지난 2월 한국은행이 87억달러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가 모두 옛날 수치를 쓴 것이다.보고서는 또 실업급여 대상자가 현재 실업자의 11%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현재 24%다.최근 각종 실업대책회의때마다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이 실업급여를 받는 실업자가 24%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76%를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바람에 널리 알려진 수치다.

보고서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연기돼온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M&A) 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대안을 제시했다.그러나 이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지시로 이달초부터 허용하기로 벌써 지난달 중순께 결론이 난 얘기다.

외국인 토지취득도 마찬가지다.보고서는 '외국인의 토지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을 전면 개정해 외국인 토지취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지난달 중순에 정부가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이다.

생활보호대상자 지원을 위해 6백68억원을 추경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거나 특별취로사업에 쓰일 예상액이 2천70억원이라는 보고서 내용도 터무니없다.

이미 지난달에 끝난 임시국회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추경예산에 반영해놓은 상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3일 "기본적인 내용이나 수치가 상당부분 틀렸다" 며 "이런 상태에서 나온 KDI 경제전망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KDI의 한 연구위원은 "경제상황이 불투명해 경제전망 발표를 여러차례 연기한데다 이미 나온 것중에 중요한 것을 다시 강조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고 해명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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